Errances

21 février 2022

등껍질 (Carapace)

Filed under: - zeon — zeon @ 21:34

그녀는 매일 어떤 것들을 모았다.

모든 것들을 모으고 싶은 욕망은 나날이 커져 공기가 되었다.

그녀는 버리지 못해 모든 것을 다 이고 산다.

그녀가 모으는 것들은 부피가 없다.

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느리게 갈 수도 있는데

느리게 가는 것은 왜 빠르게 달릴 수 없을까?

달팽이나 거북이 같은 것들은 자기 집을 이고 다니기 때문이리고.

가다가 멈춰서 껍질로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집이라고.

그녀는 집이 갖고 싶다.

조금 더 정확히는, 언제 어디서든 집이 될 수 있는 등껍질 같은 것이 갖고 싶다.

그녀는 등이 무겁다.

어느 날은 등이 아파 제대로 누울 수도 없었다.

길고 긴 밤이었다.

등에서 딱딱한 껍질 같은 것이 만져지기도 했다.

그녀는 매일 어떤 것들을 모았다.

그녀가 모으는 것들은 부피가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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